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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집에 들어 오니 할머니 전화가 왔었다고 말하는 예슬이..그런데 할머니 목소리가 영~ 안좋으시단다.
그저께 다녀올 때만 해도 기분이 참 좋으셨는데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를 드렸다.
역시 목소리가 착~ 가라 앉은 것이 어디 편찮은가 싶다.
"엄니..목소리가 왜 그래요? 어디 아파?"
"아니..야야~ 내 지금 전화 받기가 좀 그렇다..나가서 전화하마..."
그리고 조금 지나 엄니 폰으로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사연인 즉...아파트 옥상에 엄니를 비롯한 여러 가구에서 장단지를 내 놓은 장독대가 있고 또 봄이라 이불 빨래도 널 수 있게 빨래줄도 걸려 있는데다 있는데...이게 문제였다.
요즘 위험하다 하여 아파트 옥상을 개방하는 곳이 잘 없는데 엄니가 사는 아파트는 항상 개방을 해 두고 있다...
여튼 어제 엄니가 외출을 해서 돌아 오셔서는 간장을 퍼기 위해 옥상을 올라 가셨는데...오른 손가락이 불편한 엄니가 왼손으로 그릇을 들고는 장을 뜰려고 하는데 시계가 걸리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시계를 잠시 벗어 옆의 장단지 위에 올려 놓고는 장을 떴는데...그만 깜빡하고 시계를 그자리에 벗어 둔 채 집으로 돌아 오신 것이다.
허나..집에 돌아 와서 시계를 안 가지고 내려 오신 것을 알고 다시 올라 갔는데..불과 10여분 만에 시계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아파트는 엘리베이터 입구, 엘리베이터 안에는 CCTV가 있지만 복도식 아파트인데다가 특히나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나 옥상에는 CCTV가 없다.
고민 고민을 하시다가 관리실에 연락을 하여 혹시나 싶어 방송을 해 봤지만 소식은 없었단다.
하지만 조금 이어 나오는 또 다른 방송....옥상에 널어 놓은 이불을 누가 걷어 갔는지 이불을 돌려 달라는 방송이 또 나오더라는 것이다.
"여기서 10년을 살아도 이렇게 널어둔 빨래가 없어지는 것도 처음이고...에휴..잃어 버려도 예전에는 다들 잘 아는지라 돌려 줬었는데 요즘 금값이 비싸니까...안 돌려 주나봐.."
그 시계는 엄니 칠순때 18금으로 자식들이 해 준 것이라 엄니가 참 고이 고이 간직을 하셨기에 아직도 새것 마냥 반짝 반짝 하는데...이걸 잃어 버리셨으니 아버님께 말하면 아버님은 엄니를 야단 하실 것은 분명하고 아버님 몰래 하자니 통장 관리를 같이 하시니 아버님께 또 들통이 날 것이고...그것 때문에 어제 밤 잠도 제대로 못 주무셨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집으로 전화를 했으니 아버님 앞에서는 말씀도 못하시고 나가서 전화를 하신게다.
동서는 알고 있느냐는 내 물음에 괜히 마음적으로 부담이 될 것 같아 말을 안하셨단다.
잠시 전화를 끊자고 말씀을 드린 후에 그래도 가족들 중에 가장 살기가 나은 둘째 시누이에게 전화를 하고는 자초지종을 말했다.
그리고 나와 시누이가 합해서 같은 시계를 해 주기로 했다.
"고모..나랑 둘이 나눠요...어른들 시계를 아무거나 해도 된다지만 그래도 이 시계는 특별 했던 만큼 엄니가 애지중지 하신거라...부담 돼요? 마음 편한게 우선이잖우.."
"아이고 부담이라뇨..언니가 그렇게 해 준다니 나야 고맙죠...이건 언니랑 나랑만 알고 해 줍시다..그나저나 언니가 부담이 안되겠어요?"
오히려 내 걱정을 하는 시누이다...역시 우리 시누이들은 착해...ㅎㅎ
생활비 남은 것에서 그만큼 빼기란 쉽지 않아 남편에게 전화를 하고성은 자초지종을 다시 말했다.
"당신은 모른척 하셩...엄니가 아들이 무서워 말도 못 꺼내싱게롱..그냥 돈이나 부치셔..."
남편 역시 모른척 하기로 하고 그렇게 하기로 했는데..문제는 엄니 통장에 넣어 줄 방법이 없다.
용돈 통장으로 넣으면 아버님께 바로 뽀롱이 나는...ㅎㅎㅎㅎ
그래서 시누이는 나에게 보내고 나는 금방으로 이체를 시키는 방법을 쓰기로 했던 것이다.
엄니께 다시 전화를 드리고는 예전에 그 잃어 버린 시계를 한 금방 전화번호를 달라고 했다.
오래된 단골 집인데다가 엄니 친구분 아들이 대를 이어 하는 곳이니 아마도 어떤 것인지 기억을 할 수도 있겠다..싶어 금방으로 전화를 했다.....
똑똑히 기억을 하고 있었고 가격을 물어 보니 만만치 않다..흐~
어쨌든 엄니께 얼른 그런 것은 잊어 버리고 마음 편히 가지라고 했지만 엄니는 또 며느리와 딸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 같아 마음이 영~ 편치가 않으신가 보다.

자식들이 해 준 시계이고 나중에 맏며느리에게 물려 주겠다는 엄니 말씀에..."아이고 엄니 시계같은 것은 원래 큰딸한테 물려 주는겨...나도 울 엄니한테 반지 받았구만....형님한테 물려 줄 생각으로 고이 간직하셔.." 그랬는데...어째 요상하게도 형님께 둘째 시누와 내가 시계를 물려 주는 셈이 된 것이다...ㅎㅎㅎㅎ

부담은 솔직히 되지..알뜰 주부 되겠다며 나름 계획을 세워 유지해 오던 생활에 막대한 마이너스니까...
이제는 슬~~슬 엄니의 귀여운 사고에 대비하여 비상금을 더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현재 엄니는 치매 진단을 받은 상태이시고 약을 꾸준히 드시고 계시기에 급격하게 증세가 악화되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건망증이 심하다 할 정도로 깜빡 깜빡 하신다.
그래서 생긴 일들을 마냥 엄니의 실수로 탓할 수 만은 없다.

전화를 하여 일주일 뒤에 찾으러 가시라고 했더니 그새 목소리가 활짝 피신다.
그러면서도 "내가 염치가 없지? 미안타...."를 연발 하시는데..."그려..엄니 염치 없으셔..그래도 엄니는 잘 버는 딸내미 둬서 다행이네..ㅎㅎㅎ 뭐 못사는 딸매니 뒀으면 어쩔 뻔 했수? 고모가 나보다 더 내기로 했응게롱 고맙다고 저녁에 전화나 해 주세요...그래도 목소리 밝아지니 다행이네..아까는 곧 죽을 것 같더만...ㅋㅋㅋㅋ"
"내가 그랬냐? ㅎㅎㅎ"
"저봐 저봐, 웃는거 보니 이제 살만한 갑서...ㅋㅋㅋ엄니 나한테 응석 부린거 내가 다 알어..맞져?"
"너 아니면 내가 누구한테 말하냐..고맙다..."
"그려 그려..당연히 고마워야제...그러니 이제 잊어 버리고 맘편히 계셔요..."
나는 가끔 시엄니께 며느리로서는 못 할 말을 톡톡 잘 내 뱉는다..
참 남들이 보면 천하에 둘도 없는 버르장머리 없는 며느리가 되겠다만 사람이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고 한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나 역시 언젠가는 엄니처럼 그 어떤 사고를 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끔은 어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한다.
그래야 정신을 더 놓지 않으실 것 같은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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