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 주민등록증 나온 날..
◈생활속... :
2008/05/13 12:57
작은 딸 예슬이가 동사무소를 다녀 왔다.
손에는 주민등록증을 쥐고 있다.
큰딸 주민등록증 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주민등록증 하러 간다고 할 때도 새삼스럽더만 오늘 주민등록증을 받아 들고 보니 이제 정말 다 키운 것만 같다.
어릴때 부터 몸이 약해 목숨만 붙어 있으라며 오로지 감싸기만 했던 시엄니와 나 사이에 요상한 고부 갈등을 겪도록 해 준 녀석이었다.
"이야~ 니가 드디어 주민등록증을 손에 쥐었구나....너도 이제 어른이네...?"
"주민등록증으로 뭘 제일 하고 싶어?"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지? 아직은 학생인데...."
"ㅋㅋㅋ 그러고 보니 주민등록증 있어도 넌 뭐 할게 없다...ㅎㅎㅎ 대학 들어갈 때까지는 숨 죽이고 사셔...ㅋㅋㅋ 내년이면 이 언니가 너 주점에 데리고 가서 막걸리 한번 쏠게...ㅋㅋㅋ"
큰애가 약을 올린다...ㅋㅋㅋ
하기사 주민등록증으로 지금 그 나이에 딱히 뭘 할 수 있는 것도 없겠다 싶다..ㅎㅎ
다만 부담감이 커질 것만 같다.
나 역시나 너도 이제 어른이니까 매사에 신중하라고 말했으니까.....ㅎㅎㅎ
아이의 얼굴이 약간 어둡다.
이유를 물으니 "엄마, 이거 엄마가 맡아주라..."
"왜?"
"엄마도 알다시피 나도 어지간이 정신 없는데 이거 잃어 버리면 안되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야~ 넌 너보다 더 정신없는 엄마를 믿냐?"
"그렇게 되는건가?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보관할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헐랭...이 무슨..
주민등록증 이야기에도 나의 건망증은 빠질 수 없는 꺼리가 되었고 딸내미가 엄마의 건망증 덕분에 엄마를 믿지 못하는 발언을 하며 약을 올리니...ㅠㅠ 아유~ 세상 살 맛 안난다...
어버이날 지난지 몇일이나 됐다고 나의 위신을 잘도 떨어트려준다.ㅡㅡ;;
예슬이 처음 생리 시작했을 때 케이크 사다 놓고 숙녀가 된 것을 축하 해 주던 남편이었는데 이제는 몇달 안 있으면 성인이 될 딸아이에게 남편이 어떻게 축하를 해 줄지 내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ㅎㅎㅎ 그냥 넘어 갈려나?ㅎㅎㅎㅎㅎㅎㅎㅎ
큰아이 주민등록증 찾아 오던 날...남편이 축하 한다며 아웃백으로 갔던 기억이 있는데....
주민등록증 하나에 인생의 선이 새롭게 그어지니 어제와 오늘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예슬이의 눈빛부터가 틀려지는 느낌...
뭔가 책임 의식이 더욱 뚜렷해진다고나 할까..(나에게 거는 최면이겠지?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이지 몇번의 응급 상황을 잘 버텨 주어 내 가슴에 대못을 박지 않은 것만으로도 나는 감사한다.
가슴 아팠던 시절도 이제는 그저 추억의 한편으로 남기고 훌쩍 커버린 내 딸이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날로 기억하고 싶다.
그나저나 요즘은 잔소리 할 일이 없네...
덕분에 집안은 아이들이 있어도 절간처럼 조용하다...
실상 주민등록증이 나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내 딸은 이미 스스로 할 일을 하는 충분한 나이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젠 엄마로서 잔소리 보다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야 하는 길만 남은 듯 하다.
큰애는 나갈 준비를 하고 (푹~ 자겠다더만..쩝..) 작은 애가 점심 먹자네...ㅋㅋ 얼른 밥 차려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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